Kookmin WebzineVol.99

우리 몸속의
작은 택배 엑소좀

- 세포들이 주고받는 비밀 상자 -

(바이오발효융합학과 박주환 교수)

우리 몸의 세포들은 혼자서 일하지 않습니다. 늘 서로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물질을 교환합니다. 이렇게 세포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아주 특별한 ‘작은 상자’가 있습니다. 바로 엑소좀(Exosome) 입니다.

엑소좀은 세포가 내보내는 아주 작은 주머니로, 크기가 약 100나노미터밖에 되지 않습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 속에는 단백질, 유전자 조각(RNA, DNA), 그리고 지방질 같은 소중한 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세포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미니 택배 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엑소좀이 왜 중요할까요? 우선, 우리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세포가 내보내는 엑소좀에는 암세포만의 신호가, 치매 초기 환자의 신경세포가 내보내는 엑소좀에는 치매와 관련된 신호가 들어 있습니다. 엑소좀은 혈액, 소변, 침, 눈물 등 거의 모든 체액에 들어 있으며, 특히 혈액 1mL 안에는 수천억 개나 존재합니다. 이런 엑소좀을 분석하면 질병을 일찍 발견하고, 치료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체액에서 엑소좀을 분석하면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비침습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엑소좀은 미래의 치료제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에 쓰였던 mRNA 기술을 떠올려 보세요. 인공 지질 나노입자(LNP)가 mRNA를 감싸 몸속으로 전달했죠. 하지만 인공 지질은 원래 우리 몸에 없는 물질이어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엑소좀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세포막 유래 물질이기 때문에 훨씬 안전합니다. 게다가 세포에서 유래한 만큼 유용한 성분을 스스로 포함하고 있어, 엑소좀 자체가 치료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의 치료효과에 주목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엑소좀을 약물전달체로 활용하여 mRNA나 단백질 같은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엑소좀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그들의 다양성(이질성, heterogeneity)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세포에서 유래하였는지에 따라 엑소좀의 성분이 다를 것이고, 같은 세포에서 분비된 엑소좀이라 하더라도 세포의 상태나 주변 환경이 달라지면 내보내는 엑소좀의 성분도 달라집니다. 즉, 세포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분비된 엑소좀은 저마다의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엑소좀을 하나하나 분석하려고 합니다. 마치 택배 물류센터에서 상자마다 주문자와 배송지를 꼼꼼히 확인하듯이요. 엑소좀을 하나씩 들여다봐야 평균값에 가려진 중요한 차이를 놓치지 않습니다. 어떤 물질이 한 상자에만 담겨 있는지, 여러 상자에 나눠 담겨 있는지 알아보려면 결국 상자를 하나씩 열어봐야 하니까요.

엑소좀의 이런 차이를 제대로 파악하면, 질병과 관련된 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는 질병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엑소좀을 치료제나 약물 전달체로 활용할 때도 이질성 분석이 꼭 필요합니다. 엑소좀마다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엑소좀이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혹시 해로운 성분이 들어 있지는 않은지를 미리 확인해야 하죠. 중요한 물건을 보내기 전에 택배상자가 튼튼하고 깨끗한지 점검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 몸속에는 수많은 세포들이 보내고 받는 ‘작은 택배상자’, 엑소좀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 상자들은 때로는 질병의 흔적을 남기고, 때로는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엑소좀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에서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그 잠재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아직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엑소좀의 세계, 우리 몸속의 작은 택배들이 전해주는 놀라운 이야기에 주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