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2024년 로버트 에거스 연출의 ‘노스페라투’의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오랜만에 나의 이성과 감성을 충족시켜 줄 영화가 나왔다고 내심 기대하면서 기다렸다. 감독을 맡은 로버트 에거스는 영화 ‘노스맨’과 ‘더 위치’에서 ‘고딕호러’(Gothic Horror)를 완성도 있게 연출한 미술감독 출신의 감독이다.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고딕호러’는 독일의 표현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공포영화의 한 장르로서 자칫 잘못하면 무섭기보단 유치하게 보일 수 있어 관객의 실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예민한 장르이다. ‘고딕호러’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표현의 ‘과잉’이다. 그래서 표현의 한계가 있는 저예산 ‘고딕호러’ 영화들이 오히려 관객의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잘 알듯이 영국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의 저작권에 대항하는 독일의 ‘노스페라투’는 같은 벰파이어(흡혈귀)영화이다. 그래서 영화의 스토리는 세익스피어의 소설들처럼 유명하고 대중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또 벰파이어 영화를 만들었으며 왜 또 이 영화를 감상하고 싶은 것인가?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로버트 에거스는 자신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수없이 뛰어난 감독들에 의해 각색되고 연출된 드라큘라 영화들과 비교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연출에 도전한 이유는, 그 영화들과 다른점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예기한다.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그 이유는 1922년 ‘무르나우’의 오리지날 ‘노스페라투’에 표현된 여주인공 캐릭터의 중요성에 있다고 한다. 즉, 다른 드라큘라 영화의 여주인공은 벰파이어의 욕망의 대상이었지만 로버트 에거스의 노스페라투 속의 여주인공은 반대로 벰파이어를 자기 욕망의 대상으로서 소환시킨다. 이 말은 관객들이 잘 이해를 못했던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잘 설명한다.
영화는 빛과 그림자이다. 빛으로부터 출현하고 그림자로 형상화한다. 인간은 그림자로서 세상을 살고 있고 빛을 향해 나아간다. 이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림자들은 모래 위의 발자국처럼 몸(형상)에 대한 대체기호이다. 즉 벰파이어는 이미 형상이 없는 지표기호로 표현된다.
그 지표기호는 항상 ‘방향성’을 동반한다. 영화 속 그림자는 누구를 두려움에 떨게 하려고 다가오는 것이 아닌 외로움에 못 이겨 타인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빛을 무서워한 ‘노스페라투’는 빛을 등지고 어둠을 향해 역행하는 인간(그림자)에 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