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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머티리얼리스트’
(Materialists) 속 물질

(영화전공 김현성 교수)

2025년에 ‘머티리얼리스트’(물질주의자)란 제목의 로맨스 코미디(rom-com)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제목 그대로 유물론적 사고와 대립하는 관념론(Idealism)적 주제가 자연스럽게 표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3년 ‘패스트 라이브즈’로 영화계의 신생으로 떠오른 셀린 송 감독은 매우 빠르게 두 번째 영화를 선보였다.

아이삭 정 감독의 ‘미나리’와 함께 한국인 이민 2세의 시점으로 펼쳐진 미국의 삶을 표현한 영화는 미국 영화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고 많은 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소니픽처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는 첫 장면부터 너무 직설적인데, 장르가 로맨스 코미디라고 생각했던 관객을 당황하게 한다. 코미디는 하나도 없고 정말 진지하게 한 구석기 원시시대의 남성이 다른 이성에게 꽃으로 만든 반지를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웃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웃음 포인트가 없다. 곧바로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현재 뉴욕으로 배경이 바뀌면서 전달하고 싶어 하는 감독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영화는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철학자 헤겔의 관념론적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물질은 결국 인간의 행복을 채워 주지 못한다고 배웠던 인간은, 영화의 마지막 결론을 거의 모두 짐작하고 있었고, 그렇다면 과연 왜 주인공이 그런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호기심에 내 지적 허영심을 채워 줄 놀랄만한 경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헤겔의 정신이 물질을 앞선다고 말하는 부르주아들의 취향을 지지하면서 결국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을 이렇게 건조하게 공감해야 하는가?

출처 : 네이버 영화, 소니픽처스

영화는 모순으로 시작해서 모순으로 끝난다. 영화 자체가 온통 물질로 가득 차 있는데 무슨 정신을 예기하는가? 아마도 역설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것이 지금 인간의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끝까지 감상하며 한가지 지각한 것은 ‘인간이 비싸졌다.’ 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외로움을 느끼고 벗어나려고 한다. 인간이 진화한 이유이자 아직 멸종하지 않은 것도 나의 배우자를 찾고 2세를 만드는 것이 경제적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이 비싸지고 정서적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이 비싸지면서 반려동물로 대체되거나 좀 더 ‘가성비’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인내하며 기다린 영화의 엔딩에서 영화 첫 장면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국민대학교 영화전공 김현성 교수
미국영화연구소 AFI 석사를 졸업하고 2010년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영화전공 교수로 부임했다. 주요활동으로 ‘나비’, ‘비브레이커즈’ 등을 연출했으며, 2000년 미국 선댄스 영화제, 2003년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 2014년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등에 초청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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