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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Stolen Focus)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

(소프트웨어학부 윤종영 교수)

강의실에 앉아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어느새 손은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전공 서적을 펼치고 집중하려 하지만,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카카오톡 알림이 울리고, 그 순간 모든 집중이 흩어집니다. 과제를 시작하려 컴퓨터를 켰는데, 어느새 유튜브를 보고 있고, 인스타그램을 스크롤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낯설지 않다면, 여러분은 현대 사회의 문제 중 하나인 '집중력 도난'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의지가 약해서 그런가?",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럴까?"라는 자책감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영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Johann Hari)는 그의 역작 『도둑맞은 집중력(Stolen Focus)』에서 이러한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단언합니다. 우리의 집중력 저하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시스템이 우리의 주의를 훔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전 세계를 누비며 신경과학자, 심리학자, 교육학자,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내부자들을 만나 우리의 집중력이 어떻게, 왜 도둑맞고 있는지를 밝혀냅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적, 사회적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우리의 집중력을 훔쳐 가는 것들

저자는 광범위한 연구와 인터뷰를 통해 현대인의 집중력을 파괴하는 원인을 찾아냅니다. 이 원인은 독립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다음과 같이 서로 복합적으로 얽혀 우리의 주의력을 빼앗아 갑니다.

먼저 우리 일상의 리듬 자체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끊임없는 작업 전환이 일상화됩니다. 이메일과 메신저, 알림과 뉴스 사이를 몇 분 단위로 오가는 흐름 속에서 뇌는 깊게 잠수하기도 전에 다시 수면 위로 끌려 올라옵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맥이 끊기는 경험이 누적되면, 집중할 수 있는 체력은 줄어들고 생각의 호흡은 점점 짧아집니다. 이와 맞물려 깊은 독서 능력도 약해집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우리는 점점 더 짧고 단편적인 정보에 익숙해지면서, 제목과 요약만 훑는 스키밍이 습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읽기는 우리의 뇌 구조를 실제로 바꾸고 있으며, 비판적 사고와 공감, 깊은 이해가 어렵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여기에 밤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기기 사용은 수면과 생체 리듬을 흐트러뜨립니다. 수면은 뇌가 하루 동안 축적된 정보를 정리하고, 기억을 장기 저장소로 옮기며, 독소를 제거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수면 부족이 누적될수록 미세한 방해에도 집중이 무너지고 충동적 선택이 늘어납니다.

만성 스트레스와 불안도 집중력을 훔쳐 가는 주범 중의 하나입니다. 일정에 쫓기고 경쟁에 시달리며 후회나 걱정으로 끌려다니면 현재 주어진 일에 쏟을 두뇌의 자원이 줄어듭니다. 여기에 가공식품 중심의 식단은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기 오염을 비롯한 환경 독소는 뇌 기능과 주의력 유지에 불리한 조건을 만들며, 납과 수은 같은 중금속과 각종 화학 물질들도 뇌 발달과 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편, 사람의 마음은 의도적으로 집중할 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방황과 지루함의 시간을 통해서도 재충전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듭니다. 마음이 자유롭게 방황하는 시간은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에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빈틈이 생길 때마다 즉시 화면을 켜며 그 소중한 무위(無爲)의 시간을 잃었습니다. 생각이 출렁이고 통찰이 싹트는 시간이 사라질수록, 깊은 사고로 들어가는 관문도 더 좁아집니다.

어린 시절 자유롭게 놀 시간이 줄어든 변화도 오늘날 성인들의 집중력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동네에서 뛰어놀며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면 몇 시간이고 파고들었습니다. 레고 블록으로 성을 쌓거나 친구들과 복잡한 놀이 규칙을 만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좌절을 견디고 스스로 목표를 세워 이루는 경험을 쌓았죠. 이런 자유로운 놀이야말로 '집중하는 근육'을 기르는 소중한 훈련장이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한 가지에 깊이 몰입하고, 끝까지 해내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부족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누군가 목표를 정해주고 일정을 짜주지 않으면 스스로 집중하기 어려워합니다. 어릴 때부터 자기 주도적인 집중력을 충분히 키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

그리고 이 모든 요인 뒤에는 더 큰 그림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돈의 흐름입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술 회사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생각해보면, 우리가 왜 이렇게 집중하기 어려워졌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들의 주된 수익원은 광고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앱을 사용하는 시간을 광고주들에게 팝니다. 그러니 이 회사들이 "사용자들이 적당히 보고 그만두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죠. 우리가 더 오래 머물고, 더 자주 확인하고, 더 많이 클릭할수록 그들의 수익이 늘어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쉽게 멈추지 못하도록 만드는 기능들이 계속 개발됩니다. 더 화려한 알림, 더 자극적인 콘텐츠, 끝없이 이어지는 무한 스크롤, 내 취향을 정확히 맞춘 추천까지 말이죠. 우리가 클릭할 때마다, 스크롤 할 때마다 회사는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로 다음에는 무엇을 보여줘야 우리가 더 오래 머물지 예측합니다. 그리고 그 예측을 바탕으로 우리의 시선을 최대한 오래 붙잡아둘 콘텐츠와 광고를 정확한 타이밍에 내놓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의 주의력이 상품이 된 셈입니다.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수익이 되는 구조인 거죠.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기술은 우리의 집중을 지켜주기보다는 주의를 더 오래 붙잡아두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빠른 전환과 얕은 읽기, 수면과 스트레스의 악순환, 식단과 환경의 불리함, 사라진 지루함과 몰입 조건의 붕괴, 상시 연결 문화, 그리고 놀이의 결핍이 서로를 강화하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집중력의 위기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자 생태계 전반의 문제임을 이 연결된 고리들이 분명히 보여줍니다.

책에 대한 비판적 관점

『도둑맞은 집중력』은 훌륭한 통찰을 제공하지만, 완벽한 책은 아닙니다.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해 이 책에 대한 몇 가지 비판적 관점도 살펴보겠습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저자가 디지털 기술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들, 예를 들어 정보 접근성의 혁신적 향상이나 지리적 제약을 넘나드는 글로벌 소통, 그리고 온라인을 통한 교육 기회의 확대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연결되어 하리가 제시하는 해결책들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사람마다 학습 스타일과 생활 패턴, 환경적 제약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접근법보다는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배경 소음이나 음악이 집중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멀티태스킹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학습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하리가 제시하는 사회적, 제도적 해결책 중 일부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해체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며,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차원의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한계들이 이 책의 근본적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습니다.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서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의식과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합니다. 실제로 모든 사회적 변화는 완전한 청사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작은 실천들의 축적에서 출발합니다. 이 책이 제공하는 것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과 사고의 틀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기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중력은 AI시대의 슈퍼 파워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나면 안도감이 찾아올 것입니다. "아, 내가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었구나"라는 깨달음 말이죠. 동시에 이 책은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집중력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들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집중력을 되찾는 일이 왜 이렇게 중요할까요? 단순히 업무를 더 잘하거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진심으로 대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 전체가 더 지혜롭고 따뜻해집니다. 결국 나 하나만 잘해보자는 문제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인 셈입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달하는 요즘, 집중력은 더욱 소중한 능력이 되었습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것들, 예를 들어 복잡한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깊이 고민하고, 전혀 새로운 해법을 찾고, 사람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는 것들은 모두 집중력에서 시작되니까요. 집중력은 21세기의 슈퍼파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중한 능력을 지키고 키우는 것은 여러분 자신을 위한 투자이자,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선택입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잃어버린 집중력을 되찾는 작은 변화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윤종영 교수
스탠포드대학교 석사를 졸업하고 2016년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소프트웨어 전공 교수로 부임했다. 주요활동으로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기업에서 15년 넘게 IT아키텍트로 커리어를 쌓았으며, 국민대학교가 운영한 서울시 AI양재허브의 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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