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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벨레 ’속 참교육, 그리고 대학이 나아가야 할 교육

(영화전공 김현성 교수)
영화전공 김현성 교수는 영화 ‘디벨레’를 통해 교육이 통제와 선동으로 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이야기합니다.
영화 속 학생들의 변화와 교사의 무책임한 개입은 교육이 단순한 시스템이나 실험이 될 수 없음을 보여 줍니다.
‘디벨레’를 통해 교육의 본질은 한 사람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며, 앞으로 대학이 어떤 교육을 이어가야 할지 질문합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드라마 ‘참교육’이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를 보면서 첫 회에 펼쳐진 교권 보호국에서 파견된 나화진 선생이 불량 학생을 폭력으로 처벌하는 장면을 보고 순간 통쾌함을 느끼던 잠시, 바로 이성적인 우려를 느끼기 시작했고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 ‘디벨레’가 떠올랐다.

영화 '디벨레'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 Constantin.Film 공식 홈페이지

2008년도 독일영화 ‘디벨레’는 실제로 벌어졌던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팔로알토 커벌리' 고등학교 역사교사 론 존스에 의해 진행된 실험이 이 영화의 원작이다.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은 원래 14일간 진행하기로 했으나 학생들이 너무 몰입하여 단 5일 만에 중단됐다고 한다. 실험의 주제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독재로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독일영화 감독 데니스 간젤은 그 실험을 ‘과연 현재에도 나치 독일의 독재가 가능할까?’란 대사를 통해 독일의 역사에 맞추어 각색했고 상영 당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 '디벨레'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 Constantin.Film 공식 홈페이지

영화 속 수업(실험)은 처음에는 매우 이성적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서로 방과 후 학습을 돕고 힘든 일은 나누며 협동적이고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조직화 되면서 독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아닌 전체주의적 행동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서 방관하던 담임교사 라이너 뱅어는 학생들에게 ‘참교육’의 명분을 삼아 좀 더 자극적인 나치 독일의 모습을 따라 하며 본래의 수업 의도와는 다른 선동을 하고 만다. 결국 무책임한 교육은 한 학생의 희생을 불러왔고 교사 라이너 뱅어는 경찰에 체포된다.

영화 '디벨레'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 Constantin.Film 공식 홈페이지

교육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그것을 영화 ‘디벨레’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통과 조율이 필요한 교육시스템의 Grey area(회색지대) 속에서 이분법적 구도에 의해 폭력을 통한 응징의 카타르시스만 선사하는 영화는 ‘참교육’을 알지 못한다.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 끝나지만 현실의 교육은 그렇지 않다.

교육은 ‘시스템’도 아니며 ‘실험’도 아니다. 교육은 결국 한 사람을 향한 ‘관심’이며 ‘사랑’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대학이 80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어왔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과 제도, 수많은 기록이 축적되었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안에는 누군가를 가르치고, 때로는 기다리고, 함께 고민하며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본 수많은 교육의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시대가 바뀌고 교육의 방식과 기술이 아무리 달라져도 결국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과정일 것이다.

국민대학교가 개교 80주년을 맞은 지금,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교육을 이어갈 것인가를 묻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사람을 바라볼 것인가. 80년의 역사를 지나 새로운 시간을 향해 가는 지금, 영화 ‘디벨레’가 던지는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이 새삼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김현성 교수 프로필 사진 - 국민대학교 영화전공
국민대학교 영화전공 김현성 교수
미국영화연구소 AFI 석사를 졸업하고 2010년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영화전공 교수로 부임했다. 주요활동으로 ‘나비’, ‘비브레이커즈’ 등을 연출했으며, 2000년 미국 선댄스 영화제, 2003년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 2014년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등에 초청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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