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1세의 개인 유투버 케인 파슨스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백룸’의 장르는 ‘SF호러’이다. SF영화의 본질은 뛰어다니며 외계인을 향해 총을 쏘는 액션이 아니다. SF의 주제는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Existential Loneliness)이다. 호러는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캐어(Jump Scare)가 아니다. 호러는 불신의 자발적 중지(Suspension of Disbelief)에서 발생하는 원초적인 카타르시스다. ‘백룸’은 이 두 장르를 매우 훌륭하게 결합한다.
이미지 출처 : 주식회사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백룸’은 제목서부터 공간에 대한 주제를 떠오르게 한다. 그런데 호러 장르에서 그렇게 정직하게 네러티브를 펼치면 누가 놀라겠는가? 어떤 반전이 있을까? 하고 관찰하면 이 영화는 시점에 관한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힌트는 백룸 안에 거울상(Mirroring Image)으로 쓰여 있던 ‘일단멈춤’ ‘STOP’의 도로 표지판이다. 이것은 얼마 전 타계한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주 쓰던 ‘트릭’이다.
대마초를 연상시키는 단어 ‘POTS’를 유머 있게 보여주고 있는 이 이미지는 사람이 공간을 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마치 공간이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그 시점은 식탁에 앉아있던 눈, 코, 입이 중첩되는 괴물에게서 명확해진다. 괴물들의 시점은 공간의 시점이고 인간을 노려보고 있는 환상을 보여준다. 영화 ‘백 룸’ 속의 인물들은 모두 인간들에게 상처를 입고 관계가 무너진 외로운 영혼들이다. 아무도 없는 백룸은 시간의 부재이며 역설적으로 인간을 더 만나고 싶어 하는 사회적 외로움의 공포를 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주식회사 바이포엠스튜디오
몇 년 전 TV에서 한 60대 중년 부부의 이혼 숙려 과정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이 부부는 절대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욕과 저주를 서로에게 퍼부으며 싸웠다. PD는 참다못해 ‘왜 빨리 헤어지지 않느냐?’라고 질문하며 개입했다. 그러자 나온 대답이 ‘늙어서 외로울 까 봐서...’ 였다. 상대방을 증오하면서도 정작 진짜 무서웠던 건 ‘혼자’가 되는 것이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2001년 일본 공포영화 ‘회로’안의 유령들은 외롭다며 구해달라고 인간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고 겁에 질려 도망친다. 영화에는 반드시 두 명 이상의 주인공이 등장하여 서로 다른 시점으로 소통해야 한다. 두 개의 시점 사이에서 관객은 오류를 보고 느끼고 배운다. 공포 속에서도 새로운 타인과의 만남을 기대했던 공간, 하지만 한 개의 시점만이 존재하는 곳, 바로 ‘백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