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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선물, MSG

(융합바이오공학과 박용철 교수)
국민대학교 융합바이오공학과 박용철 교수는 MSG와 감칠맛의 과학적 원리를 통해, 감칠맛의 근원이 글루탐산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MSG는 미생물 발효로 생산되는 발효조미료로,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 미생물이 포도당·설탕 등을 이용해 글루탐산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과거 ‘화학조미료’라는 오해와 달리, MSG는 다양한 식품의 풍미를 높이고 소금 사용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소재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맛은 오랫동안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4대 기본 맛’으로 분류되어 왔다. 기본 맛이란 다른 세 가지 맛을 섞어서 만들어낼 수 없는 고유한 맛을 의미하며, 식품과학에서 널리 통용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여기에 ‘감칠맛’을 더해 ‘5대 기본 맛’으로 분류한다. 감칠맛은 기존의 네 가지 맛을 조합해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독립적인 맛으로, 조금 쉽게 표현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기 맛’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생명체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단백질은 20개의 천연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글루탐산(L-glutamic acid 또는 L-glutamate)’이 바로 감칠맛의 근원이다. 소고기를 넣은 무국이나 콩으로 만든 된장국에서 느낄 수 있는 감칠맛도 글루탐산에서 비롯된다. 물론 ‘소고기라면’의 소고기맛 역시 글루탐산이 만들어낸다. 가공식품의 원재료명에 표시된 대부분의 ‘향미증진제’, 우리가 흔히 ‘조미료’라고 부르는 성분도 바로 글루탐산, 정확히는 MSG이다.

사진 - 한 스푼의 조미료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서 물을 제외한 성분의 40~50%를 차지하는 천연단백질은 글루탐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또한 글루탐산은 20개의 천연아미노산 가운데 19개의 아미노산을 생합성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원료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글루탐산은 생명체 내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다. 즉, 글루탐산은 우리에게 감칠맛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그렇다면 감칠맛의 근원인 글루탐산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앞서 설명했듯이 대부분의 생명체는 글루탐산을 생합성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Corynebacterium glutamicum)은 글루탐산을 매우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을 가진 미생물이다. 이 미생물은 포도당이나 설탕과 같은 탄수화물을 원료로 이용하며, 발효공정을 통해 글루탐산을 생산한다. 즉, 글루탐산은 천연물질이며,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흔히 ‘발효조미료’라고도 불린다.

그렇다면 MSG는 무엇일까? 학술적으로 MSG는 Mono-Sodium Glutamate(L-글루탐산 일나트륨)​의 약자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이다. 국내에서는 제조사의 이름을 따라 ‘미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글루탐산은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산된다. 그렇다면 왜 글루탐산이 아닌 MSG 형태로 판매될까? 그 이유는 글루탐산이 친수성이 매우 강해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발효배양액에서 분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글루탐산은 나트륨과 간단히 반응하면 고체 형태의 MSG로 전환되므로, 배양액에서 훨씬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시중에서는 글루탐산 자체가 아니라 대부분 MSG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인포그래픽 - MSG의 발효생산

1970년대 초 상업적으로 개발된 MSG는 처음에는 ‘화학조미료’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당시에는 석유화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화학’이라는 명칭이 붙은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후 MSG에 대해 ‘인체에 유해하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현재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MSG의 하루 섭취량을 별도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쌀이나 설탕과 같은 일반 식품과 동일한 기준이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오늘날 MSG는 ‘발효조미료’로서 다양한 식품의 향미를 높이는 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

혹시 독자 여러분은 ‘일반소금’과 ‘맛소금’의 차이를 알고 있을까? 가장 큰 차이는 MSG의 첨가여부다. 또한 MSG를 식품에 적절히 활용하면 소금 사용량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이번 글을 통해 다양한 발효소재가 우리의 식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점과, 과학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식품소재의 장점을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유명 셰프들이 라면스프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학자인 필자의 설명보다 그들의 요리가 MSG와 감칠맛의 가치를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박용철 교수 프로필 사진 - 국민대학교 융합바이오공학과
국민대학교 융합바이오공학과 박용철 교수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생물화학공학전공 석·박사를 취득하고, ㈜진로 및 ㈜오리온 연구소를 거친 이후 미국 라이스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과정을 마치고 2009년 국민대학교에 부임했다. 산업통상부 바이오인력양성사업 화이트바이오과정과 기후에너지환경부 eco-생물소재융복합인재양성 특성화사업단을 이끌고 있으며 미생물대사공학, 합성생물학, 발효공학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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