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제목부터 큰 화제였던 흥행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속편이 20년 만에 돌아왔다. 전편의 오리지널 캐스팅이 모두 참여하였고, 할리우드의 베테랑 배우 메릴 스트립이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캐릭터 ‘미란다’로 컴백하면서 다시 한번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원작은 로렌 와인스버거의 소설 ‘복수는 프라다를 입는다: 악마의 귀환’으로 제목에서 선포한 전편에 이은 복수를 상상시키며 단번에 흥미를 일으켰다. 왜냐하면 리벤지는 항상 재미있으니까.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년간 일했던 언론사에서 구조 조정당한 앤디는 우여곡절 끝에 애증의 ‘런웨이’ 잡지사로 복귀하고 특집기사 에디터로서 재정적 위기에 놓인 잡지사의 운명을 책임지게 된다. 플롯은 심플하고 할리우드의 시그니처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이용한 위기 탈출법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앤디의 짜릿한 복수를 기대했건만, 복수를 하기에는 20년이란 세월은 너무 길었고 당장 필요한 뉴욕 생활비 때문에 바로 접는다. 영화는 대신 복수가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 보여준다. 공공의 적, 촌철살인의 대가, 거친 독설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미란다는 아예 옆에서 비서가 말도 못 하게 교정하고 막는다. 누구의 말도 단칼에 자르고 무시해 버렸던 미란다가 나이도 한참 어린 비서에게 실시간으로 검열당하는 장면은 씁쓸하면서도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세상은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세상은 인간들로 이루어졌고 인간들이 변한 것이다. 인간들이 변하니까 시스템도 변한다. 이 영화는 패션, 언론, 부동산, 예술 등 많은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저마다 개성이 강했던 패션은 이제 초저가 브랜드와 최고급 오트 쿠튀르로 양극화되었다. 바닥 아래 지하, 하늘 위에 천상을 묘사하기 위해서 영화는 ‘환상(Illusion)’과 ‘허세(Bravado)’가 필요하다. 붉은 튤립과 다이아몬드, 트러플 초콜릿과 샴페인은 인간들의 ‘환상’과 ‘허세’에 의해서 탄생하였다. 만약 그것이 없었다면 영화도 없었고 욕망도, 예술도,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항상 놀라운 얘깃거리를 찾고 카메라와 조명을 들이댈 수 있는 유혹을 원한다. 영화 속 복수에 대한 환상은 주인공 앤디의 성공을 가져왔다. 악마는 계속 프라다를 입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