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보기

SCIENCE 메인 이미지

KMU SCIENCE

끊어진 연결,
드러난 진실:

- '분리된 뇌' 이야기 -

(융합바이오공학과 이영석 교수)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끊어지면, 한 사람 안에서 ‘말하는 좌뇌’와 ‘행동하는 우뇌’가 각각 독립적으로 반응하는 분리뇌 현상이 나타난다. 좌뇌는 경험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해석하고, 우뇌는 얼굴과 공간 정보를 인식하는 등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며 통합된 자아를 만들어낸다. 이글은 뇌과학과 인간의 자아 형성 과정에 대해 궁금하거나, 좌뇌·우뇌의 기능과 분리뇌 실험을 쉽게 이해하거나 알고싶은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하나의 뇌, 그러나 두 개의 마음

우리의 뇌는 하나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좌뇌와 우뇌라는 두 개의 반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둘을 이어주는 다리가 바로 ‘뇌량(corpus callosum)’입니다. 뇌량은 수많은 신경섬유로 구성되어 좌우 뇌가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도록 돕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연결이 끊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놀랍게도, 한 사람의 머릿속에 마치 두 개의 ‘독립된 마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뇌전증 치료가 밝혀낸 비밀

심한 뇌전증 환자에서는 발작이 뇌 한쪽에서 시작되어 반대쪽으로 퍼지며 전신 발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때 발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뇌량을 절제하는 수술(뇌량절제술)이 시행되기도 합니다. 이 수술은 뇌 조직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좌우 뇌를 연결하는 통로를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일상생활에서는 큰 문제 없이 지내지만, 실험 상황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두 개의 뇌’ 현상이 드러납니다.

사진 - 뇌

좌뇌는 말하고, 우뇌는 행동한다

뇌량이 끊어진 환자에게 한쪽 시야로만 정보를 보여주면, 그 정보는 오직 한쪽 뇌로만 전달됩니다. 이때 좌뇌는 언어를 담당하기 때문에 자신이 본 것을 말로 설명할 수 있지만, 우뇌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대신 우뇌는 왼손을 통해 그림을 그리거나 물건을 집는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실제 실험에서 환자는 “무엇을 봤냐”라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왼손으로는 정확한 그림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한 사람 안에서 ‘말하는 뇌’와 ‘행동하는 뇌’가 따로 존재하는 셈입니다.

좌뇌의 ‘이야기 만들기’ 능력

더 흥미로운 점은 좌뇌가 모르는 정보조차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들어낸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우뇌는 눈 덮인 풍경을 보고 삽을 선택했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좌뇌는 “닭을 치우려면 삽이 필요하다”는 식의 설명을 즉석에서 만들어냅니다. 이를 가자니가 박사는 ‘좌뇌의 해석자(interpreter)’ 기능이라 불렀습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하나의 일관된 존재로 느끼는 이유도, 바로 이 좌뇌가 끊임없이 경험을 해석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사진 - 과일과 채소로 만든 얼굴 그림

얼굴을 보는 뇌 vs 사물을 보는 뇌

같은 그림을 보고도 좌우 뇌는 전혀 다르게 해석합니다. 과일과 채소로 만든 얼굴 그림을 보여주면, 우뇌는 이를 ‘얼굴’로 인식하지만, 좌뇌는 ‘과일과 사물의 집합’으로 인식합니다. 이는 우뇌가 얼굴 인식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의 뇌는 하나의 세계를 보고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뇌량 덕분에 이 두 해석이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하나의 인식’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마음은 단일한 것이 아니라, 여러 기능이 협력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좌우 뇌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다리, 뇌량이 있습니다. 우리가 ‘나’라고 느끼는 이 통일된 자아는, 사실 두 개의 뇌가 끊임없이 대화하며 만들어낸 정교한 합작품일지도 모릅니다.

관련 연구 실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lfGwsAdS9Dc&t=11s)
국민대 웹진 Vol. 99 KMU ARTS 자연과 환상의 융합(https://webzine.kookmin.ac.kr/webzine.php?syear=2025&svolume=10&mcode=47)

이영석 교수 프로필 사진 - 국민대학교 융합바이오공학과
국민대학교 융합바이오공학과 이영석 교수
고려대학교 학사, 카이스트 생명과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생화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연구조교수를 거쳐 2013년 국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발효융합과로 부임하여, 현)과학기술대학 융합바이오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트위터

이 코너의 다른 기사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