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영화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최신작 ‘햄넷’을 기대하며 보았다. 개인적으로 ‘노매드랜드’를 무척이나 좋아했고, 포스터까지 구매해서 방에 걸어둘 정도로 나는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마블의 ‘이터널스’를 연출 한다고 했을 때 좀 의아했다. 그녀가 왜 수퍼히어로 장르를 연출한다고 했을까? 블록버스터에 대한 야망이 있었을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는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은 좋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 후 4년의 공백 동안 맘고생을 좀 했다고 밝힌 그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이야기 ‘햄넷’으로 돌아왔다.
출처 : 네이버영화 포토 유니버설픽처스
자연을 너무나 사랑해서 마녀로 오인되어 온 주인공 ‘아녜스’는 마을에 새로 온 교사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그리고 첫아들 햄넷을 낳았지만, 흑사병으로 11세 때 잃고 만다. 너무나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뻔할지도 모르는 이 고전 이야기는 클로이 자오를 만나면서 보석같이 빛나기 시작한다. ‘이다’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촬영한 루카스 잘 촬영감독과 사운드 디자이너 ‘조니 번’ 아 다시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같은 공간의 공기로 숨 쉬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왔다. 아내역을 맡은 제시 버클리의 연기는 정말 놀라웠고, 어린 햄넷 역을 맡았던 아역배우 자코비 주페의 모습은 미국의 거장 ‘올손웰즈’의 어린 모습을 연상케 했다.
출처 : 네이버영화 포토 유니버설픽처스
거의 모든 명작 속에는 인간의 이기심이 존재 한다. ‘햄릿’의 유명 대사인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번역됐는데 대사 전체의 문맥을 알면 사실은 훨씬 더 이기적이다. ‘이대로 짐승처럼 처참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인간답게 존엄하게 죽을 것인가? 가 더 맞는 것 같다. 결국 이 대사 자체가 ’살아야겠다‘ 라는 의지를 수반한다. 아들 ’햄넷‘을 잃은 셰익스피어와 아내 아녜스의 슬픔은 그들의 영혼을 집어삼킬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인간의 뇌는 고통이 심할수록 극도의 이기심을 작동시켜 자신을 스스로 지키고 보호한다. 작품 ‘햄릿‘은, 셰익스피어 자신은 물론 당시 관객의 상처까지 치료했다. 불행은 또 다른 불행을 위로한다. 셰익스피어 부부는 비극을 쓰며 살아갈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