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를 방문하면서 지나칠 수 없는 장소는 아마도 두오모 광장(Piazza del Duomo)일 것이다. 피렌체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 지오토의 종탑(Campanile di Giotto), 그리고 세례 요한의 세례당(Baptistery of San Giovanni)이 서로 마주하며 서 있는 이 광장은 피렌체의 종교, 문화, 예술, 경제, 시민 활동의 중심지로 1982년 UNESCO 문화유적지로 지정되었다[도1]. 두오모(Duomo)는 집을 의미하는 라틴어 domus에서 유래하여 하나님의 집(House of God)인 대성당을 의미한다.
▲ [도 1]
이 광장에서 유독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피렌체의 수호성인 산 조반니(San Giovanni), 혹은 세례 요한(St. John the Baptist)의 세례당이다[도2]. 대성당 앞에 서 있는 아담한 이 세례당은 지름 25.6 미터의 8각형 구조가 특징적이며, 지붕은 13세기 후반에 제작된 8각형의 피라미드형 반구로 덮혀 있다[도3]. 8각형의 형태는 초기 기독교 세례당의 흔한 형태이며 아주 오래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초기 기독교 전통에서 8각형은 그리스도가 부활하여 영생을 시작한 날인 8일째 날을 상징한다. 이것은 물에 몸을 담그는 동안의 죽음과 물 위로 나온 부활을 상징적으로 경험하는 세례 의식을 명확하게 지시한다.
▲ [도 2]
▲ [도 3]
세례 요한 세례당은 피렌체 시의 중앙에 세워졌으며, 피렌체의 종교와 시민 생활에 핵심적인 장소로 중요한 기념행사들과 축제의 중심에 위치한다. 현재에도 매년 6월 24일에는 세례 요한을 기리는 피렌체의 축제가 하루종일 열리며, 예배, 퍼레이드, 운동경기, 불꽃놀이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도4, 5].
▲ [도 4]
▲ [도 5]
세례당 내부 정중앙에는 8각형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제작된 커다란 세례반이 놓여있었고 피렌체의 아기들은 이곳에서 세례를 받았다. 단테(Dante Alighieri) 역시 여기서 세례를 받았으며, 그의 『신곡(Divine Comedy)』에서 “나의 아름다운 산 조바니 my beautiful San Giovanni”라고 묘사하기도 했다(Inferno, Canto XIX, 18). 그러나 세례당을 보다 개방된 공간으로 변경하여 세례보다는 세속적인 의례에 적합하게 사용하려는 메디치 가의 의도에 따라 세례반은 1577년에 파괴되어 현재에는 세례반의 원 위치를 알려주는 바닥의 8각형 패턴만 남아있다[도6]. 이에 단테의 묘사에만 원래의 세례반이 기억되고 있다. 현재 남쪽에 놓여있는 작은 세례반은 당시 부수적인 것으로 사용되던 것이었으나, 주 세례반이 철거된 이후 사용되었다[도7]. 19세기 말까지 피렌체에 거주하는 카톨릭 신자들은 모두 이 예배당 내부에서 세례를 받았다.
▲ [도 6]
▲ [도 7]
옛 세례반의 위치에서 세례당 위를 바라보면 천정을 덮고 있는 금빛 바탕의 정교한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최후의 심판에 등장한 거대한 심판자 예수의 오른편에는 구원받은 천국의 영혼들, 그리고 그의 왼편에는 지옥을 보여준다[도8]. 다른 부분에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노아의 이야기와 함께 세례 요한, 예수, 요셉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3세기-14세기에 제작된 이 모자이크는 비잔틴 작가들이 처음 제작했고, 후에 이탈리아 북서부 중앙에 위치한 토스카나 지역의 작가들이 완성했다. 천정 모자이크는 2023년 2월부터 6년간 복구 작업에 들어가 현재 방문한다면 아쉽게도 볼 수 없다.
▲ [도 8]
한편 이 건물의 기원은 다소 신비에 싸여있다. 현재 우리가 보는 이 세례당 건물은 고대 피렌체의 수호신이었던 전쟁의 신 마르스 Mars 신전의 폐허 위에 세워졌다고 통상 여겨지나, 이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4세기, 혹은 1000년경에 세례당 건물을 확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은 1059년 11월 6일에 교황 니콜라스 2세가 피렌체의 세례당으로 축성한 후 1128년에 완공되었고 피렌체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종교적 기념 건물이다. 건물 외관은 원래 사암으로 구축되었으나, 카라라에서 채굴한 흰 대리석에 프라토에서 채굴한 초록색 대리석을 상감한 수직, 수평, 반원의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구성하여 피렌체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재작업되었다(1059-1128)[도9]. 이 세례당은 이탈리아 로마네스크 건축의 대표작이며 이후 르네상스 건축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 [도 9]
이 세례당의 보석과 같은 작품으로 칭송되는 것은 동쪽, 남쪽, 북쪽에 위치한 3개의 커다란 금박의 청동 문이다. 청동 문을 포함한 세례당의 많은 작품들은 유력한 직물상인 길드의 후원에 힘입어 수 세기에 걸쳐 제작되었다. 안드레아 피사노(Andrea Pisano, c.1270-c.1348)가 제작한 첫 번째 문인 남쪽 문은 28개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고, 세례 요한의 생애와 의인화된 기독교의 8개 덕목을 담았다(1330-1336). 세례 요한의 탄생과 죽음까지의 주요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제한된 공간 안에 구현한 이 작업은 후대 작가들에게 모범적인 예시가 되었다[도10].
약 70년 후 1401년에 북쪽 문의 제작자 선정을 위해 개최된 경연대회에서 유수의 조각가들을 제치고 로렌조 기베르티(Lorenzo Ghiberti, 1381-1455)가 선정되었다. 기베르티는 피사노의 전통적인 형식을 전수하여 28개 패널 안에 예수의 생애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1403-1424)[도11]. 북쪽 문에서 역량이 입증된 기베르티는 이어서 세 번째이자 마지막 문의 의뢰를 받아 동쪽 문을 제작하였다(1425-1452).
▲ [도 10]
▲ [도 11]
세 번째 문에서 기베르티는 이전의 28개 패널의 격식에서 벗어나, 이야기 전달에 주목하여 10개의 패널로 형식을 단순화하고 구약에 등장하는 47개의 이야기를 원근법적인 공간 안에서 사실적으로 펼쳐냈다. 아담과 이브의 창조, 이삭의 희생, 십계명을 받는 모세 등을 포함한 구약의 핵심적인 이야기의 표현이 압축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며, 조각가이자 금 세공사로서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도12]. 한 예시로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 패널을 보면, 한 화면 안에 여러 시점의 이야기가 공존하면서도 인물의 크기와 부조의 깊이를 조정하여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원근법적인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하였다[도13].
▲ [도 12]
▲ [도 13]
10개의 패널을 둘러싼 프레임에는 구약의 인물들로 장식이 되었고, 작은 원형 창에는 주요 인물들의 두상이 돌출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중앙의 원형에는 기베르티 자신의 초상과 그의 아들 비토레(Vittore)의 두상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자신의 서명을 포함하여 이 작업의 제작자로서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다[도14].
미켈란젤로는 이 문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낙원의 문 Gates of Paradise”이라 칭송했으며 동쪽 문은 이 별명으로 지칭되고 있다. 처음에 이 문은 북쪽에 설치하려고 고안했으나 작품의 뛰어남을 기리기 위해 대성당을 마주하는 동쪽 편에 놓이는 영예를 차지하게 되었다[도15].
▲ [도 14]
▲ [도 15]
피사노와 기베르티가 제작한 금박의 청동문들은 균형과 질서 안에서 사실적인 표현을 추구했던 르네상스 조각의 정수를 보여주어 문 앞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거장들의 솜씨에 경탄한다. 그러나, 홍수와 같은 자연 재해와 인위적인 파손으로부터 청동문 원작을 보존하기 위해 1990년에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Museo dell’Opera del Duo mo di Santa Maria del Fiore) 내부로 옮겨졌고, 세례당에는 복제된 문들로 대체되었다.
captions
도1. Piazza del Duomo, Florence, Italy, showing the Baptistery of St. John, Santa Maria del Fiore, and Campanile di Giotto, Florence, Italy.
도2. The Baptistery of St. John, 1059-1128, Florence, Italy.
도3. The pyramid roof of the Baptistery of St. John, Florence, Italy.
도4. The feast of St. John, Florence, Italy.
도5. Fireworks at the feast of St. John, Florence, Italy.
도6. Interior of the Baptistery of St. John, Florence, Italy.
도7. Baptismal font, attributed to a follower of Andrea Pisano, c.1371, Baptistery of St. John, Florence, Italy.
도8. Last Judgment, ceiling mosaics of the Baptistery of St. John, 13-14th century, Florence, Italy.
도9. Exterior of the Baptistery of St. John, Florence, Italy.
도10. Andrea Pisano, South Doors (Life of St. John), 1330-1336, 457 x 251 cm, gilded bronze, Museo dell’Opera del Duomo, Florence, Italy.
도11. Lorenzo Ghiberti, North Doors (Life of Christ), 1403-1424, 506 x 387 cm, gilded bronze, Museo dell’Opera del Duomo, Florence, Italy.
도12. Lorenzo Ghiberti, East Doors (Gates of Paradise), 1425-1452, 520 x 310 cm, gilded bronze, Museo dell’Opera del Duomo, Florence, Italy.
도13. Lorenzo Ghiberti, Jacob and Esau, detail from the Gates of Paradise, 1425-1452, 32.5 x 31.5 in, gilded bronze, East portal, Museo dell’Opera del Duomo, Florence, Italy.
도14. Lorenzo Ghiberti, Self-portrait (left) and the portrait of Vittore (right), detail of Gates of Paradise, 1425-1452, gilded bronze, East portal, Museo dell’Opera del Duomo, Florence, Italy.
도15. Lorenzo Ghiberti, Gates of Paradise, 1425-1452, gilded bronze, East portal, the Baptistery of St. John, Florence, Ita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