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를 걷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운동화가 있다. 밑창이 여러 개의 구름처럼 나뉘어 있는 신발이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스위스 브랜드 On의 러닝화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러닝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On과 Hoka의 인지도도 함께 높아졌다. 미국 캠퍼스와 러닝 트랙에서는 On, Hoka, New Balance를 신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전통적인 러닝화 강자인 Nike보다 이 세 브랜드가 더 자주 눈에 띄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On은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 덕분에 존재감이 강했다.
On의 시작은 단순했다. 전직 철인 3종 경기 선수였던 올리비에 베른하르트는 더 부드럽게 착지하면서도 다시 강하게 튀어 오르는 러닝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실험을 반복하다가 밑창에 고무호스를 잘라 붙여 보았다. 착지할 때는 눌리고, 디딜 때는 다시 튀어 오르는 구조였다. 이 단순한 프로토타입이 오늘날 CloudTec의 출발점이 되었다.
대부분의 러닝화는 비슷한 언어로 설명된다. 가볍고, 쿠셔닝이 좋고, 반발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그 차이를 눈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신발은 기능을 신발 안에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On은 기술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밑창 구조를 그대로 드러냈다. 구름 모양의 구조는 착지와 반발이라는 기능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소비자는 신어 보지 않아도 무엇이 다른지 추론할 수 있다.
여기서 Hoka와의 차이가 드러난다. Hoka 역시 두꺼운 미드솔과 강한 쿠셔닝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그러나 소비자가 특정 기술 이름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반면 On은 CloudTec 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구름 기술”이라는 이름은 직관적이다. 소비자가 직접 부를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다. 기술이 설명이 아니라 하나의 고유 명칭이 된다.
비슷한 사례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우디는 사륜구동 기술에 Quattro라는 이름을 붙였다. Quattro는 기술을 넘어 브랜드의 상징이 되었다. 소비자는 이 단어 하나로 성능을 떠올리고, 브랜드를 기억한다.
On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쿠셔닝이라는 일반적 기능을 CloudTec이라는 이름으로 고정시켰다. 고무 호스에서 시작한 구조는 이제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 기술이 눈에 보이고,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때 소비자는 그 차이를 더 쉽게 이해한다.
러닝화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수많은 브랜드가 가볍고 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기억하는 것은 추상적인 설명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구조와 입에 붙는 이름이다. 기술은 좋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보이고 불려질 때 브랜드는 강해진다. On의 출발은 단순한 실험이었지만, 그 실험을 드러내는 방식이 오늘의 차이를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