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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인 상상력은 연구의 촉매제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인공지능학부 김장호 교수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십니까?

한 달에 한두 편 영화를 봐요. 나름 검증된 영화팬이라고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제가 이용하는 OTT 서비스는 사용자가 매긴 별점을 토대로 취향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데요. 어느 날은 이런 메시지가 떴어요.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십니까?’ 제가 별점을 매긴 영화 편수가 상위 2%에 해당한다고 하네요(웃음). 그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이고요. 저는 올해 9월에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인공지능학부의 신임교원이 된 김장호입니다. 제 연구 분야는 메타러닝과 도메인일반화입니다.

지능형 시스템을 연구합니다!

대학원에서 머신러닝기법에 속하는 딥러닝을 연구했어요. 딥러닝이 발달하면서 모델이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 무거워진 딥러닝 모델을 경량화하는 방법을 연구했죠.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에서는 메타러닝과 도메인일반화를 연구했어요.
메타러닝은 인공지능이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요즘 메타인지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요. 메타인지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라면 메타러닝은 어떻게 학습해야 좋은 것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도메인일반화는 학습 시 범용성을 좋게 하는 기술이고요. 저는 대학의 연구소를 거쳐 국내외 글로벌기업의 연구소에서 메타러닝과 도메인일반화를 연구해왔는데요. 회사에서 학계와 긴밀히 연구하기도 했지만, 교육과 연구지도에도 관심이 많아 국민대학교의 신임교원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 공항에서 살았던 한 남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터미널> ⓒ네이버 영화

엉뚱하고 효율적인 상상력, 연구에 도움이 돼요

엉뚱하면서 효율적인 상상력은 논문 주제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일상에서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하는 연습을 하는데요. 해외 학회 출장으로 비행기를 자주 타고 이동했었는데 비행이 연착되는 일이 가끔 있었죠. 하루는 공항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물론 연착되면 한두 시간을 기다리거나 이보다 길면 호텔을 잡아주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어떻게 생활할지를 상상하며 공항을 둘러본 적이 있어요. 영화 <터미널>은 공항에서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죠. 제가 공항에서 했던 상상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재미있고 신기한 마음으로 영화를 본 기억이 나네요.

▲ 영화 <인셉션>에는 타인의 꿈을 설계하는 요원들이 등장한다 ⓒ네이버 영화

꿈에서 만나자, 영화에서는 가능하던데요?

상상력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인데요. 왜 어렸을 때 친구한테 이런 말 한 적 있지 않나요? ‘우리 꿈에서 만나자’ 저는 환상적인 꿈을 꾸고 나서는 친구한테 이런 말도 한 적이 있어요. ‘너도 이 꿈 꿨으면 되게 재미있을 텐데…’ 꿈을 공유하는 건 어떤 것일까 상상한 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그러한 영화가 있죠. <인셉션>은 꿈을 자유롭게 설계한다는 설정의 영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10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다듬어 만든 영화예요. 마지막 장면은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데요. 국민*인 여러분들도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결론을 내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상상력과 연구를 연결하면 빛을 발한다니까요!

제 첫 박사 논문 내용이 정보를 쉽게 바꿔준 후 다른 모델에게 전달하는 경량화 연구였어요. 어린 학생들에게 전공책을 읽으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렵잖아요. 반면에 동화책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주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정보를 넘겨줄 때 양질의 정보 대신 압축해 유의미한 정보를 넘겨주면 성능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어요. 비유하자면 학생은 작은 모델이거든요. 작은 모델은 이해력이 떨어지므로 이 작은 모델이 정보를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압축시켜 성능을 향상하는 것이죠. 경량화 기법으로 각종 세계대회에 참가해 DCASE 2021 challenge에서 우승을, MicroNet challenge에서 3등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영화 <가타카>에서 우성인자로 신분을 세탁하는 빈센트 ⓒ네이버 영화

연구 때문에 지칠 때, 저는 이 장면을 찾아서 봐요!

가끔 연구가 지지부진할 때 찾아보는 영화의 한 장면이 있어요. <가타카>인데요. <가타카>는 우수한 유전자에 따라 사회적 위치와 운명이 결정되는 미래 사회가 배경이에요. 자연 수정으로 태어난 형 빈센트와 시험관 수정으로 완벽한 유전인자를 가진 동생 안톤은 수영 시합을 여러 번 하는데 동생이 늘 형을 이겨요. 형은 동생을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인이 된 어느 날 수영 시합을 하다 바다 한가운데서 익사할 뻔한 동생을 구하죠. 동생은 열성인자인 형이 어떻게 우성인자인 자신을 구할 수 있는지를 물어요. 형은 "I never saved anything for the swim back(나는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아)."라며 힘은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서 나오는 것임을 시사하는 말을 합니다. 강인한 정신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고, 꿈과 목표를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 국민대학교에서의 연구가 기대된다는 김장호 교수

<아이, 로봇>에 나오는 써니처럼 유용한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어요

국민대학교에 임용되기 전 미국 퀄컴과 한국 퀄컴에서 인턴으로, 네이버AI리서치랩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로 근무했어요. 제 수업에서는 현업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나 장비를 적용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또 연구 분야를 넓혀 컴퓨터 비전이나 자연어 처리와 같은 도메인어플리케이션 연구를 목표로 두고 있는데요.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고 저와 함께 같은 분야의 연구를 하고 싶은 학생은 언제든지 연락 주셨으면 합니다. 영화 <아이, 로봇>에 나오는 써니처럼 인간에게 유용한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장호 교수가 추천하는 영화

<터미널>

ⓒ 네이버 영화

크로코지아라는 동유럽 작은 나라에서 온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는 뉴욕을 여행한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JFK 공항에 도착한다. 뉴욕에 오는 동안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바람에 빅터는 일시적으로 유령국가의 국민이 되고, 뉴욕에 들어갈 수도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된다. JFK 공항에 머물게 된 빅터는 공항관리국의 골칫거리로 여겨지지만 순박한 마음으로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게 되고, 승무원 아멜리아(캐서린 제타 존스)와 사랑을 키워나가는데…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찾는 공항에서 빅터는 어디를 향해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인셉션>

ⓒ 네이버 영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특수 보안요원으로 국제 수배가 내려진 인물이다. 사이토(와타나베 켄)는 코브에게 생각을 심는 ‘인셉션’ 작전으로 라이벌 기업의 정보를 빼내는 것에 성공하면 신분을 바꿔주겠다고 제안한다. 최강의 팀을 구성해 표적인 피셔(킬리언 머피)에게 접근, 인셉션 작전을 실행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코브는 작전에 성공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가타카>

ⓒ 네이버 영화

우성인자가 사회적 계급과 운명을 결정하는 미래 사회. 완벽한 우성인자에 외모와 지성을 갖춘 제롬 머로우(에단 호크)는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의 우주 비행사로 토성 비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제롬 머로우의 정체는 유전 정보를 세탁한 빈센트. 빈센트는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열성인자로 범죄자가 되어 31살에 사망할 운명을 지닌 인물이다. 청소부였던 빈센트가 우주 비행사 제롬 메로우로 살게 된 경위는? 가타카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아이린(우마 서먼)과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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