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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진화하는 바이러스와 인류의 대응책

국민대학교 응용화학부 이석묵 교수

1859년 영국의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종의 기원>을 발표하며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오랜 세월 동안 환경에 적응하여 서서히 모습을 변화해가며 진화한다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는 당시 지배적이던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신의 뜻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창조설을 뒤집는 획기적인 이론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현재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세기 이후 출몰한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까지도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들의 효과적인 예방, 진단 및 치료를 위한 다양한 백신, 진단기기와 치료제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진화하여 다양한 신·변종 바이러스들을 만들어 기존의 백신과 치료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역사상 유례없는 ‘마스크 착용의 생활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과 같은 우리의 생활방식의 변화와 이로 인한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 손실 등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란?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는 초미세먼지보다도 작은 약 80 - 220nm의 크기를 갖는 바이러스로, 유전물질로 단일가닥의 RNA를 가지고 있다. 특히, 현미경상에서 이 바이러스의 형상이 마치 왕관(라틴어로 ‘corona’)처럼 생겼다고 해서 ‘코로나바이러스’로 명명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의 호흡기와 소화기계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사람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데노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와 함께 감기를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직접적인 바이러스성 폐렴, 기관지염, 및 이차적 세균 감염 등과 같은 치명적인 호흡기 감염을 유도한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는 알파, 베타, 델타, 감마 코로나바이러스의 4종류로 분류되며, 최근에 전 세계적인 문제를 야기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SARS),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코비드-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COVID-19)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베타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한다.
사스의 경우, 2002년 중국 광동지역에서 발생한 이래 심각한 중증 폐렴 증상을 보이며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인근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특히, 감염 환자의 10%의 높은 치명률을 보이고, 고령자의 경우 감염 환자의 반 이상이 사망하는 심각한 감염질환으로 보고되었다. 메르스는 2012년 중동에서 처음 보고된 후, 폐렴과 급성 신부전증을 초래하는 중증 호흡기 질환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감염 환자의 50-89%의 환자가 기계 호흡을 필요로 하며, 35%의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 최근의 코비드-19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 의해 2021년 3월 11일 가장 높은 감염병 경보 단계인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한 이후, 현재(2022년 7월 초 기준) 전 세계 229개국에서 약 5억 5,300만 명의 감염환자와 636만여 명의 사망자를 초래하였으며, 국내에서도 약 1,840만 명의 확진자와 2만 6,000여 명의 사망자를 보고하였다. 코비드-19의 현재까지의 치사율은 약 1%로 제시되고 있으나 사망자의 절대적 수치는 636만여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신종 감염질환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 신·변종 바이러스의 출현

코로나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외막에 존재하는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과 숙주세포의 원형질 막에 존재하는 수용체 단백질 간의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통해 숙주세포 안으로 침투하며, 여기서 바이러스 RNA 복제와 단백질 생산이 활발히 일어난다. 특히, 바이러스 복제 과정 중에 돌연변이와 유전자 재조합이 빈번히 발생하여 바이러스 유전 코드에 변화가 축적됨에 따라 새로운 바이러스 항원과 변종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적인 예로, 2019년 12월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비드-19을 유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이래, 알파(B.1.1.7), 베타(B.1.351), 감마(P.1), 델타(B.1.617.2), 입실론(B.1.427), 에타(B.1.525), 아이오타(B.1.526), 카파(B.1.617.1), 뮤(B.1.621), 제타(P.2) 변이와 오늘날의 오미크론(BA.1) 변이에 이르는 다양한 변이체들로 진화해왔다. 현재, 미정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종들을 고위험 변이, 우려 변이, 관심 변이, 모니터링 중인 변이 등 4가지 클래스로 분류하고 유행종의 상황에 따라 분류되는 변이체들은 달라지고 있다.

▲ 변종 바이러스 탄생 과정(출처: 국립과천과학관)

현재까지 코비드-19에 대한 전 세계적인 경제 손실액은 현재까지 정확히 추정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2월 기준, 코비드-19으로 인한 전 세계 GDP 손실액은 5조 6,000억 달러 정도로 보고하고 있으며, 국지적으로 발생했던 사스 및 메르스와는 달리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을 초래한 코비드-19은 계속적인 변종의 출현으로 인해 언제 종식이 될지 예측이 불가능하여 그 손실액은 추후 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효과적 치료를 위한 인류의 노력

사스와 메르스는 현재 종식이 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향후에도 이들 바이러스들이 재출몰하여 대유행의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코비드-19 역시 신·변종 바이러스의 출몰이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인류의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약개발의 기간은 통상적으로 최소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려 향후 새롭게 출몰하는 감염병을 빠른 시간 안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발병 초기에는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바이러스 치료제를 이용하여 약물의 새로운 용도를 개발하는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이라는 치료전략으로 신약을 저비용과 빠른 속도로 개발할 수 있는 연구들이 다수 진행되었다. 단적인 예로, 에이즈 바이러스 및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인 Chloroquine phosphate과 Kaletra가 코비드-19 신약 재창출을 위한 임상 시험을 진행하였으나 미비한 효능과 더불어 각각 심혈관질환, 위장장애, 간 독성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여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식 임상절차를 마치지 않은 약이나 의료기기를 조기 사용할 수 있는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이라는 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좀 더 부연설명을 하면 중대한 생명에 관련된 질병을 진단, 치료, 예방할 목적으로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공급이 빠른 시일 내 필요한 경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적용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오늘날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부분의 진단시약, 의료기기, 백신 및 치료용 제재들이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초기에 길리어드 사이언스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신약 재창출을 통해 미국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을 얻어 코비드-19 중증 환자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로슈에서 개발한 인터루킨-6 억제용 항체 치료제인 토실리주맙(Tocilizumab; Actemra)도 미국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을 얻어 임상에서 사용 중에 있다. 이외에도 리제네론(Casirvimab+Imdevimab)과 GSK(Sotrovimab)사를 중심으로 단클론 항체 혹은 단클론 항체들의 병용 요법인 칵테일 형태로 긴급사용승인을 얻은 바 있으며, 최근에는 화이자에서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인 팍스로비드(Paxlovid) 역시 미국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코비드-19 환자의 치료는 일부 스테로이드 제재, 화학 제재 및 항체 치료제 등이 임상에서 사용되고는 있으나 제한된 치료 효능과 새로운 신·변종 바이러스의 출몰로 인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감염 환자들의 근본적 치료가 가능한 새로운 신약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바이오 의약 시장은 불과 5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 및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따라서, 빠르게 진화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서는 신규 감염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우리들의 R&D 역량 결집, 계속적인 정부 R&D 지원과 바이러스 감염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기관 육성 등의 꾸준한 노력이 이뤄진다면 K-바이오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고 2년 전의 어느 날처럼 모두가 만나 웃고 떠드는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국민대학교 응용화학부 이석묵 교수

포항공대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 후, 미국립보건원 및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박사연구원 및 연구교수를 역임하고 스크립스코라이항체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현재는 국민대 항체의약연구소 소장이자 응용화학부 바이오의약전공의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랜 기간 항체 공학, 진단용 Sandwich ELISA 개발, 암, 면역질환 및 감염병 치료용 항체 후보물질 개발 연구에 매진해왔고,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용 이중항체 및 펩타이드 융합 항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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