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다국적 기업의 리더가 되다! 르노자동차 본사 원가관리 리더 김성민

프랑스 파리,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이 도시에서 나는 먹고, 자고, 출퇴근을 한다. 프랑스에서 일한다고 하면 음악, 미술, 건축 등을 떠올리지만 사실 나와는 먼 이야기다. 나는 한국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프랑스에서 MBA 학위를 이수해 현재는 파리 근교 르노자동차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의 삶이 생각만큼 낭만적이고 로맨틱하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고, 누구나 한 번쯤 와보고 싶어하는 에펠탑과 노트르담대성당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1만2천여 명의 세계인들이 모여 일하는 르노자동차 연구소와, 교환학생으로 시작해 이곳에서 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술가도 아닌 내가 왜 프랑스에 왔을까

스무 살 무렵 고민이 참 많았다. 대학에 가면 끝날 줄 알았던 공부가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뭔지 모르게 답답함을 느끼던 그때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으로 가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는 더 낯선 땅에 나를 던져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곳은 프랑스 그랑제꼴에 있는 ‘Insa de lyon’이다.

어학준비는 프랑스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abcd를 프랑스어로 읽은 게 전부였다. 하지만 프랑스인을 만나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부딪히고 절대로 피하지 말자는 나와의 약속을 했다. 처음엔 하루하루가 전쟁같았다. 하루는 계좌를 열러 은행에 갔다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한숨만 쉬다 돌아왔다. 편지라도 날아온 날은 친구들과 머리를 싸매고 사전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화장품을 사러 갔다가 얼굴에 맞는 제품을 못 찾아 진열대 위에서 포켓 사전을 펼치고 눌러 앉았던 일도 있다. 프랑스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는 무조건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이지만 어떤 상황이든 피하지 않고 부딪혀보려는 노력들이 언어실력을 늘게 해주었다.

왼쪽 이란 페르세폴리스 인근에서 오른쪽 노트르담대성당

TIP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디딤돌로 삼으라!

당시 프랑스 친구들은 무척 적극적이고 현실적이었다. 2학년 때부터 동아리를 조직해 각자 가고 싶은 대륙으로 교환학생을 지원하거나 인턴십을 신청했다. 3~4학년에 외국에 나가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고, 프랑스 사람들의 성향과 문화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다른 유학생들에 비해 편안한 생활을 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프랑스 체류 비자도 별 문제없이 받을 수 있었고, 학교에 기숙사가 있으니 주거 걱정도 없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외취업의 목표를 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이지만 어떤 상황이든 피하지 않고 부딪혀보려는 노력들이 언어실력을 향상 시켰다.

운명처럼 찾아온, 그러나 간절해야 보이는 기회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에 익숙해져 갈 즈음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갔다. 말문이 막 트이고 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려니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때마침 친구가 프랑스 르노재단에서 장학생을 뽑는다는 정보를 주었다. 르노재단은 르노삼성자동차 계열사인 프랑스 르노자동차(이하 르노)에서 설립한 장학재단이었다.

르노는 일본의 닛산, 러시아의 AVTOVAZ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데, 두 나라와 제휴하면서 ‘다문화 기업 경영’으로 주목을 받았다. 다국적 인재육성을 중요시 여긴 르노는 프랑스 주요 대학교들과 연계해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도핀 소르본 대학과 연계한 ‘다국적 기업경영에 대한 MBA 프로그램’과 프랑스 이공계 그랑제꼴 연합 Paris Tech와 연계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교통공학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기업이 어떻게 운영될지 궁금하기도 했고,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MBA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프로그램은 불어 수업 1개월, 유럽여행 1개월, 전공수업 7개월, 르노인턴십 3개월로 구성되어 있었다. 신청 결과 일본, 브라질, 이란, 한국 네 나라에서 온 22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게 됐고, 물론 그 안에 나도 포함되었다.

수업은 다양한 출신의 외국인들이 모여 프랑스인 교수진과 함께 ‘다국적 기업 운영’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여러 이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유럽여행은 주요 국가의 유적지와 산업체, 유럽의회 등을 견학하며 유럽의 역사, 문화, 산업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이때 쌓은 지식과 경험은 지금까지도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독특한 수업방식은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말문이 막 트이고 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려니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TIP 해외취업의 기본 마인드는 ‘다국적’이다

다국적 기업은 문화의 다양성에서 오는 여러 국제경영문제에 직면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양한 나라의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자신이 목표로 삼은 외국 기업이 있다면 첫째 그 나라와, 둘째 그 기업이 만든 교육 프로그램을 알아보길 권한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가능성과 선택이 있다. 완벽한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감사해야 할 일이다. 해외취업에 있어서 언어습득이나 정보력은 기본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와는 다른 세상의 틀을 자기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이다. 그리고 막연한 해외취업을 상상하기 보다, 자신이 실제로 어떤 삶의 모습에서 행복을 찾는지도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해외취업에 있어서 언어습득이나 정보력은 기본이다.

다국적기업에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만나는 일

전공수업들을 이수한 후 자동차 액세서리 구매 부서에서 인턴십을 마쳤다. 그리고 르노자동차의 원가분석팀에 입사해 Supplier Performance Analyst로 일하게 됐다. 지금은 엔진 배기 및 서스펜션 시스템 원가리더로 담당 시스템 전략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원가부서 담당자들이 본사의 업무 방향에 맞게 일하도록 교육, 관리하는 일이다.

또 우리 기업에 부품을 제공하는 업체들과 협력을 해야 하는 만큼 해외로 이동하는 일도 많다. 업무상 정말 다양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각국의 지사에서 오는 담당자들은 나라, 문화, 성향에 따라 모두 다르다. 올해로 7년 차에 접어드는데 그 동안 한국, 폴란드, 이탈리아, 독일, 영국, 일본, 중국, 이란 등 곳곳으로 돌아다녔다. 2012년에는 7개월 동안 이란지사 원가팀 컨설턴트로 원가분석팀을 구성해 교육하기도 했다. 문화적, 경제적 상황이 다른 나라를 몸소 경험하며 업무적 개인적 소양을 넓힐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프랑스 직장생활의 좋은점은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부딪히며 겪는 다양한 경험들이다. 그 경험들은 내게 다양한 관점과 포용력을 갖게 했다. 여기저기 여행하고, 뭐든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내게 이곳 프랑스는 오늘도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테마들을 던져준다.

프랑스 직장생활의 좋은점은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부딪히며 겪는 다양한 경험들이다.

TIP 프랑스의 직장문화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프랑스 생활의 가장 큰 매력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여름에는 한달 동안의 휴가가 주어질 정도로 휴가가 많다.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걱정은 접어둘 수 있다. 회사생활을 잘하는 방법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똑바로 수행하는 것뿐이다. 상사의 협의를 위해 눈치 볼 일은 전혀 없다.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재택근무도 신청할 수 있다. 나처럼 개인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프랑스의 직장문화는 포기할 수 없는 장점이다.

김성민

김성민
현 르노자동차 원가관리부서 근무
엔진 배기/서스펜션 리더 Engine mounting/Exhaust function leader 2012~현재
르노 이란지사, 원가관리 본사 컨설턴트 Cost analysis Corporate consultant 2012
업체 경쟁력 애널리스트 Supplier Performance analyst 2008~2011

김성민은 2005년 프랑스 리옹 국립응용과학원 교환학생 졸업 후, 2006~2007 도핀 소르본 르노 프로그램 장학생으로 공부하였다. 이후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자동차 액세서리 구매 부서에서 인턴십을 경험, 원가분석팀에 입사해
Supplier Performance Analyst로 일했다. 현재는 엔지 배기/서스펜션 리더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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