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에서 시작된 착한 창업 성공기 친환경 의류기업 대지를위한 바느질 이경재 대표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의상디자인학과 학사 디자인대학원 그린디자인전공 석사 졸업

이경재 대표는 에코웨딩 문화에 첫 획을 그은 주인공이다. 그녀는 국민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와 그린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친환경 의류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을 운영하고 있다. ‘에코웨딩’이란 결혼식에 들어가는 기획 하나하나를 사람과 자연에게 이롭게 바꾼 친환경 결혼식을 말한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결혼식에 들어가는 모든 과정과, 크게는 생활 전반에 걸친 옷과 용품들을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곳이다.

지난 해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효리, 이상순 커플의 결혼식도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작품이다. 그녀가 디자인과 환경을 연결한 것은 귀농을 떠났던 강원도에서 시작됐다. 어느 때 보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던 그곳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의 이야기가 그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렌디한 상위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던 학생 이경재가, 친환경 의류기업의 대표가 되기까지, 어떤 어려움과 노하우가 있었는지 알아본다.

Q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라는 상호명이 인상적입니다. 브랜드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제 첫 번째 개인전 제목이었어요. 처음부터 회사 이름으로 지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 많이 길죠?
원래는 ‘Sewing for the Soil’이라는 영문 이름이었는데, 제가 하는 일이 바느질이니까 sewing이라는 단어를 넣었고, soil에다 the를 붙여 지구, 대지, 자연처럼 좀더 큰 의미를 만들었어요. 내가 만든 옷은 자연에서 나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요. 약간 ‘마더 월드’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영문 이름을 먼저 지었고, 우연한 기회에 일을 하게 됐는데 세금계산서도 끊어야 하고 이런저런 부수적인 일들을 처리하려니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하더라고요. 급하게 사업자등록증을 만들다가 생각나는 대로 불렀던 게 지금의 이름이 됐어요. 그런데 이름이 너무 길어서 가끔 통장이나 서류에 이름이 이상하게 찍혀요. ‘대지를 위한 바’ 뭐 이런 식으로요(웃음).

이경재 대표 사진

Q ‘에코웨딩’ 사업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두 곳에 걸쳐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농을 했어요. 마음 한편에는 항상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하루는 EBS 방송에서 윤호섭 교수님의 ‘그린디자인’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때 그린디자인을 처음 알게 됐어요. 아무래도 자연에서 살다 보니 교수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린디자인이 궁금해서 교수님을 찾아 뵀는데, 교수님께서 ‘디자이너들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역할이나 책임은 없을까’ 해서 만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이 가능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공부를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야간대학원을 다니게 됐어요. 귀농생활과 병행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올라와 수업을 들었죠.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그동안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환경’에 대해 얼마나 생각했었나 하는 반성이 되더라고요. 솔직히 그전까지는 디자이너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던가 환경오염은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번뜩 생각이 바뀌어 버린 거죠.

친환경 드레스를 만들게 된 건 수업의 과제 때문이에요. 교수님께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진 비닐이 있으니, 이것으로 무엇을 해볼지 각자 고민해 봐라 하셨거든요. 그 비닐은 땅에 묻으면 빠르면 4주 안에 생분해가 되는데, 처음에는 우비가 떠올랐어요. 우비는 보통 행사장이나 콘서트장에서 잠깐 사용되고 엄청난 양이 버려지잖아요. 거기다 일반 비닐은 땅에 묻어도 썩지 않으니 태워야 하고요. 그래서 처음엔 우비를 만들었고,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한 연예인의 결혼식 때문이었어요.

유명 브랜드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린 분이 있었는데, 그게 화제가 되면서 꽃이 얼마고, 드레스가 얼마라는 기사가 계속 나오더라고요. 나중에는 ‘결혼’보다는 다른 의미로 다가와 많이 안타까웠어요. 만일 제가 패션디자인만 했다면 멋지다, 부럽다 했을 텐데,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다 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일반인들이 입는 드레스는 대부분 석유계 합성섬유로 만들어져요, 그런데 웨딩드레스도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면 건강에도 환경에도 이롭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개인전시 때 옥수수 전분 등 친환경 소재만을 이용한 드레스를 14벌을 만들어서 친환경웨딩드레스 전시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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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끝나고 다시 강원도로 내려갔는데, 블로그로 쪽지가 왔어요. 결혼식 때 제가 만든 친환경 드레스를 입고 싶다는 메시지였어요.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저는 사업을 하려던 게 아니라 이런 재료로도 드레스를 만들 수 있다는, 어떤 학문적 접근이나 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이걸 입고 결혼식을 한다니까 겁이 나서 거절을 했죠. ‘제가 실제 웨딩드레스를 만들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죄송하다’ 라고 재차 말씀 드렸는데, 계속해서 괜찮으니 드레스를 만들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친환경 드레스를 만들었던 게 계기가 돼서, 그분의 아는 분이 연락을 주시고, 또 그분들이 올려 놓은 블로그 사진이나 글을 보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면서 계속 만들게 됐어요. 그러다 꽃, 청첩장, 음식, 신혼여행, 결혼반지 등 결혼식 전반에 걸친 부분들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됐고요. 보통 결혼식에서는 절화를 쓰는데 예식이 끝나면 금방 죽고, 또 폐기처분 하잖아요. 그래서 꽃을 안 죽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뿌리가 살아 있는 부케, 꽃장식이 아닌 화분장식을 만들게 됐어요. 화분은 예식이 끝난 뒤에 하객 분들께 나눠 드릴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하나하나 만들다 보니 지금의 토탈 에코웨딩이 된 거고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인 결혼식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Q 친환경 의류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에코웨딩으로 알려지다 보니 저희를 웨딩업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에코웨딩만 하고 있지는 않아요. 이번에 ‘Social idea group’이라는 슬로건을 새로 지었는데,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크게 보면 친환경 의류기업이에요. 환경은 물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그룹을 만들자는 게 저희의 생각이고요. 조금이라도 환경오염을 줄이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디자인을 하자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가장 많이 하는 게 기획 회의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는 거예요.

지금 7년째 하고 있는 게 있는데, 저소득 가정이나 다문화가정 결혼식을 올려드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또 친환경 유니폼도 만들고요. 국민대학교 아래 ‘도원교통’이라는 버스 종점이 있는데, 거기 기사 분들 유니폼도 저희가 만들어 드렸어요. 대부분의 유니폼들은 1년에 한번씩 버려지거든요. 그래서 유니폼도 친환경 소재로 만들면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또 버려진 유니폼 중에 아직 괜찮은 것들이 있으면 다시 수거해서 제3국으로 보내기도 하고요. 한 가지라도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게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에요.

꼭 돈을 적게 써야 좋은 결혼식도 아니고, 돈을 많이 쓴다고 흡족한 결혼식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Q 디자이너를 넘어선 웨딩플레너 혹은 기획자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쉽지는 않죠. 근데 생각해 보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어요. 제가 직장 두 군데를 다녀보고, 강원도에서 귀농도 해보고, 마을에서 펜션도 운영해 봤는데, 정말 세상에 만만하고 쉬운 일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냥 놀라고 해도 한 2~3개월 놀면 그것도 힘들잖아요. 게다가 어떻게 보면 저는 남들보다는 조금 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또 좋아하는 일이니까 힘들어도 참을 수 있는 거고요.

Q ‘결혼식’ 하면 화려한 예식을 상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을 운영해오시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나요?

질문하신 것처럼 종종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요.
친환경 결혼식이라고 하면 굉장히 소박하거나 혹은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하고요. 심지어 어떤 분들은 음식도 풀만 주는 거 아녜요? 하고 묻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환경적인 소재를 썼다고 해서 결혼식이 덜 화려하거나 초라해 보이는 일은 없어요. 에코웨딩도 콘셉에 맞춰서 얼마든지 풍성하고 다양하게 할 수가 있거든요. 다 하기 나름이에요. 꼭 돈을 적게 써야 좋은 결혼식도 아니고, 돈을 많이 쓴다고 흡족한 결혼식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콘셉과 예산에 맞게 기획해주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고요.

Q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에코웨딩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성공하지 않았어요. 저희가 2010년에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는데, 그때는 그런 게 많지도 않았고, 분야가 독특하다 보니 더 잘 알려진 면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 수식어가 붙었을 뿐이죠. 현재는 그 수식어처럼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중이에요.

요즘 들어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어요. 사업하시는 분들이 그러잖아요.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성공한 거라고요. 사실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어려울 때가 많아요. 돈이 안 벌릴 때는 직원들 월급 주기가 빠듯할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돈이 많이 모여서 개발에 투자를 할 때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힘 든 과정들을 버텨나갈 의지가 있는가에요. 저희가 만일 한 20년 뒤에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다면 그때는 성공이라는 말을 붙일 수도 있겠죠.

Q 대표님만의 경영철학, 경영철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 번째 베이스는 환경이고, 그 다음은 디자이너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거예요. 무조건 예쁘다고 만드는 게 아니라, 이게 과연 필요한 물건인지, 오히려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해 보는 거죠. 대학원 후배들이 더 이상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취지로 ‘no more eco-bag’ 캠페인을 한 적이 있어요. 집집마다 에코백 한두 개씩은 다 있잖아요. 사용하지 않는데도 계속 만들어지고요. 저희도 에코백을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올 때가 있어요. 주문이 들어온 거니 안 만들 수는 없지만, 대신 아이디어를 내요.

최근에는 한 기업이 런칭을 하는데, 에코백, 무릎담요, 방석을 다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직원들하고 같이 고민을 하다가, 세 개를 다 합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에코백인데 손잡이를 안으로 넣고 지퍼를 닫으면 쿠션이 되고, 무릎담요가 필요할 때는 쿠션에서 담요를 빼면 되는 거죠. 그럼 또 방석이 되고 그런 식이었어요. 쉽게 말해, 자원을 조금 덜 들여서 환경적, 사회적으로 도움을 주는 거예요. 제품뿐 아니라, 포장지도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항상 연구하고 있고요. ‘자연과 사람에게 이로운 디자인을 기획하고 실천하자’는 게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경영철학이에요.

마을웨딩이 뭐냐 하면,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Q 현재 확장하고 계신 프로젝트와 앞으로 더 계획하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최초는 저의 은사님이신 윤호섭 교수님이세요. 그리고 요즘은 젊은 학생들이 사회적 환경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사실 저 때는 패션디자인학과면 큰 죄책감 없이 옷을 만들던 시절이었어요.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는 학교 다닐 때 ‘나는 패션디자이너가 될 거니까 절대로 일주일 동안 같은 옷을 입지 않을 거야’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봄 되면 봄옷 사고, 여름 오면 여름옷 사고, 세일하면 세일해서 또 사고, 늘 그렇게 죄책감 없이 소비를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지만요.

저희를 찾아오시는 신랑 신부들도 굉장히 의식 있으신 분들이 많아요. 제가 병원복을 하게 된 것도, 어떤 분이 병원 오픈을 하는데 병원복을 디자인해줄 수 없겠냐고 하셔서 시작하게 된 거였어요. 사실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병원복이 디자이너의 영역이라고 상상해보질 못했어요. 그런데 막상 병원복 디자인을 하려고 보니 병원복이 너무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안 아프던 사람도 병원복 입으면 금방 앓아 누울 것 같고, 의사 앞에 서면 기죽게 되고, 심지어는 죄수복 같기도 하잖아요.

병원복을 디자인하면서 아, 나조차도 저 상위 패션만을 고집해왔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됐어요. 사실 디자인이 필요한 곳은 이런 곳인데 말이죠. 아프신 분들이 더 건강한 옷을 입어야 하는 게 맞잖아요. 심리적으로도 외롭고 힘든데, 옷마저 차갑고 외로운 느낌이 드니 안타까운 일이죠. 만일 환자가 의사가운을 입었다면 그렇게까지 기가 죽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바꿔야겠구나 생각했죠.

그후로 ‘디자인 불모지’ 영역에 있는 옷들을 디자인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병원복처럼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옷들이요. 군인들이 군대에 가면 그렇게 피부병에 많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군복은 나염을 입히고 100% 면도 아니라 통풍도 잘 안돼요. 거기다 여름에 몇 박 몇 일씩 훈련 받고 씻지도 못하는데 옷은 화학염료로 염색을 하니까 피부병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군복도 굉장히 건강하게 만들 수 있어요. 더구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니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옷을 입혀줘야 하는 게 맞잖아요. 또, 내복 같은 경우도 사실 남자분들은 부끄럽다고 안 입어요. 그런데 팬티를 생각해보세요. 백양 하나만 있던 시절에는 팬티가 보이면 부끄러워했지만, 디자인 팬티가 나온 뒤로는 오히려 밖으로 빼서 보여주려고 하잖아요. 그러니 우리가 이런 디자인 불모지에 있는 옷들을 디자인하면, 에너지 절감도 되고, 건강에도 좋고, 여러모로 좋잖아요.

요즘에는 ‘마을웨딩’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이걸 기획하게 된 배경은 강남을 거치지 않고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 때문이에요. 제가 2006년 9월에 첫 커플을 결혼시켰는데, 그리고 나서 2010년까지 전반적인 패키지가 완성됐어요. 4~5년이 걸린 셈이죠. 그 과정에서 결혼문화가 굉장히 비합리적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결혼 준비 과정에서 뭐 하나라도 강남을 거치지 않으면 결혼식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된 게 불과 10년이 안 됐는데, 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으면 거의 독과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지역이나 업체의 독과점 때문에 생긴 것이 수수료인데, 업체들은 수수료를 내야 하니까 그만큼 질을 떨어뜨리고, 소비자는 일생에 한번뿐인 좋은 날이기 때문에 되도록 얼굴 붉히지 않으려고 받아들이죠. 결국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에요. 사실 이런 부분은 디자이너가 건드리지 않아도 될 영역인데, 그냥 좀 시스템을 바꿔봐야겠다 싶었어요.

마을웨딩이 뭐냐 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예전에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결혼식을 올리잖아요. 그러면 뒷집에서는 돼지를 잡고, 옆집 할머니는 전을 부쳐주고, 동네에 손재주 있는 사람이 머리를 만져주고요. 첫 번째 마을웨딩은 성북구에서 시작했는데, 성북구에 있는 꽃집, 밥집, 미용실, 커피전문점을 이용해서 결혼식을 올리는 프로젝트에요. 장소는 성북구청아트홀이나 성북 문화재단 소유의 공연장, 혹은 정원에서 올리기도 해요. 작년 8월31일 마을웨딩 첫 커플이 탄생했고, 총 4커플을 결혼시켰어요. 올해는 조금 더 많은 커플들의 결혼식을 기획할 예정이에요. 성북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그걸 그대로 다른 구로 가져가서 시작하고요.

이경재 대표 사진

Q 대표님의 학창시절이 궁금합니다. 국민대학교를 다닐 때 창업의 씨앗을 어떻게 키우셨는지?

학창시절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고 했던 일은 없어요. 다만 입학할 때 스스로에게 약속한 게 있었어요. 하나는 4년 동안 반드시 4개의 자격증을 따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학생의 특권을 최대한 누리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1학년 때는 패션디자이너가 되려면 헤어, 메이크업도 할 줄 알아야겠다 싶어서 6개월 동안 미용학원을 다니며 2급 자격증을 땄어요.

2학년 때는 총학생회 문화국장을 했는데, 사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했던 거 같아요(웃음). 작업실에 앉아 있는데, 어떤 남학생 두 명이 오더니 엄청난 양의 천을 꿰매 달라는 거예요. 20미터짜리를 만든다고요. 그게 당시 ‘등록금 인상 반대’ 뭐 그런 거였어요. 그분들도 무작정 패션디자인학과면 꿰맬 수 있겠구나 하고 찾아오신 거였죠. 결국 친구랑 둘이 앉아 종일 꿰맸어요. 그게 인연이 됐고, 나중에 두분 중 한 분이 학생회장이 됐는데, 저한테 문화국장을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뭐예요? 하니까 그냥 축제 기획도 하고 학교에서 신나게 놀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재미있겠다 싶어서 한다고 했죠. 덕분에 4학년 때 학점 관리 하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총학생회 문화국장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많은 기획들을 해나갔던 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일이 기획을 통해 디자인을 하는 일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책임감 있는 위치에 서본 것도 그때가 유일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두 가지는 못해봤어요. 전국일주랑 삭발이에요(웃음).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3주나 한 달씩은 쉴 수가 없으니, 대학생 때 꼭 30박31일로 전국일주를 해보려고 했는데, 계속 미루다가 못했어요. 방학이 총 8번이니까 그중에 한번은 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삭발은, 여자가 삭발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오겠어요? 직장생활을 하거나 결혼해서 삭발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요. 그러니 모든 게 용서되는 대학생 때 웬만한 것은 다 해보자 생각했죠. 역시 용기가 부족해서 못해봤지만요.

Q 학창시절 아르바이트, 여행, 어학연수 등 특별한 경험 중 창업을 하면서 도움이 됐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미술학원에서 6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런데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가장 많이 했던 건, 전국일주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여행을 자주 다녔어요. 이런 얘기하면 안되지만, 학교 가다가 날씨가 너무 좋으면 다시 돌아서 고속버스터미널로 가기도 했어요. 지금은 어학연수가 필수처럼 돼버렸지만, 저 때는 막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였어요. 그래서 정원이 45명이면 6~7명 정도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 같아요. 저는 국내에서 해결했죠. 당시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는 학원이 있었거든요. 아침 9시에 가서 12시까지 세 타임 듣고, 다시 2시부터 5시까지 또 세 타임 듣고, 작문, 문법, 회화를 일주일 내내 그렇게 하니까 어느 순간 그게 하나처럼 되더라고요.

3학년 때 저희 과에 디자인을 너무 잘하는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를 보고 디자인은 저런 사람이 해야 하겠구나 하고 의기소침해진 적이 있어요. 그때 ‘나는 실력이 부족하니까 MD가 되야겠다’ 하고 영어랑 엑셀 공부를 한 거였죠. 그래서 첫 직장은 ‘콕스’라는 곳에 MD로 들어가 일하고, 그 다음은 SBS방송국의 의상실 디자이너로 있다가 강원도로 귀농을 했어요. 내 길은 옷인 아닌가 보다 하고요(웃음). 그때 했던 모든 게 도움이 돼죠. 대지를 위한 바느질을 운영하려면 여기저기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니 여행을 다녔던 것도 도움이 되고, 영어나 엑셀은 무슨 일을 하든 필수인 거고요. MD나 방송국 의상실 디자이너로 일했던 것도 순간순간 기획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바탕이 돼주는 부분이 있고요.

계속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져요.그게 습관이 됐고요.

Q 대표님께서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을 꿈꾸셨나요?

사실 제가 웨딩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앞으로도 웨딩만 하지는 않을 거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느 정도 끝나면 직원들 중에 재능을 발휘하는 친구에게 맡길 생각이에요. 저는 성격상 새로운 것, 안 해본 것,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요. 물론 대학생처럼 6개월 하다 말고 그럴 수는 없지만, 한 프로젝트가 안정되고 나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새로 기획해 보는 게 저의 역할이고 꿈이에요. 올해는 ‘마을웨딩’하고 ‘병원복’을 더 확장시키는 게 제 개인적인 목표이고요.
창업을 꿈꾸게 된 건 그린디자인을 배우고 에코웨딩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면서가 아닐까 해요. 별것 아니지만 시스템 하나에 친환경을 도입하면 전혀 새로운 것이 돼요. 또 같은 친환경이지만 뭔가 색다른 것을 찾다 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요. 그게 이 일의 매력이죠.

Q 에코웨딩 경영과 에코문화를 위해, 혹은 대표님 자신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고 계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글쎄요. 따로 노력하고 있기보다 계속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져요. 그게 습관이 됐고요.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기획 안으로 끌어오는 게 제 일이에요. 예를 들면, 저희가 결혼식 꽃장식을 화분으로 하다가, 뭐 다른 게 없을까 생각하니 과일이 떠오르더라고요. 과일도 꽃 못지않게 예쁘고, 식이 끝나면 나눠드릴 수도 있으니 좋겠다 싶었거든요. 청과물시장에 가서 가격을 알아보니 가격도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신부를 설득해서 시도해봤죠. 그런데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항상 뭐가 더 없을까? 하고 습관처럼 생각해요.

또 하나는 회사를 경영하던 사람이 아니라,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아요. 그런데 직원을 두고 일을 하니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나 덕목이 있더라고요. 제가 직장생활을 길게 해본 적도 없고, 또 늘 막내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많아요. 어디 과외라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럴 수도 없으니 주로 경영관련 책을 보죠. 그런데 아직도 많이 헤매고 있어요(웃음).

Q 어려서부터 봉사활동이나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 경험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되게 열정적으로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닌데, 기억에 남는 일은 있어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어지럼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 병원엘 가도 원인을 알 수가 없더라고요. 낫지도 않고요. 굉장히 답답했는데, 그때 누가 집 앞 수퍼 아저씨가 수지침을 잘 놓는다고 가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를 모시고 갔는데, 정말 효과가 있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에 아저씨한테 2만원을 드렸는데 돈도 안 받으시고, 매주 놔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저걸 배워봐야겠다 하고 수지침 동호회에 들어갔죠. 6개월 동안 수지침하고 쑥뜸을 배워서 엄마한테 놔드리고, 1년에 2~3번 정도는 양로원에 가서 봉사를 했어요. 꼭 침을 맞아서 아픈 게 낫는다기 보다, 손도 잡아드리고 말 한마디 건네면 그렇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수지침으로 사기를 좀 치고 다녔죠(웃음). 그러면서 느낀 게, 봉사는 결국 나를 위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에요. 내가 되게 착한 사람이 된 것처럼 뿌듯하고,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또 가게 되고요. 수지침은 제가 강원도로 귀농을 갔을 때 어르신들하고 친해질 수 있었던 방법이기도 했어요.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내 적성에 맞는 일인지 파악하는 거예요.

Q 창업 혹은 자기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남이 갔던 길을 가는 것도 어려워요. 조금은 다르게 해야 하니까요.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내 적성에 맞는 일인지 파악하는 거예요. 가끔 친구가 하자고 해서 같이 공동대표 한다거나, 옷 잘 고를 수 있다고 쇼핑몰을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게 돼요. 그런데 알고 보면 모든 일은 힘들고 부수적인 일들이 참 많잖아요.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시작하면 쉽게 포기하게 돼요. 그래서 저는 대학원 강의나 창업관련 강의를 나가면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 20가지를 적어보라’고 해요. 20가지 나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나중에는 거의 동어 반복이에요. 만일 20가지가 나오면 그걸 다시 사회적, 경제적, 개인적인 것으로 그룹핑을 시켜봐요. 좋아하는 일로 내가 바라는 사회적, 경제적, 개인적 욕구를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따져 보는 거죠. 그래도 만일 그 일을 해야 되겠다 싶으면 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적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요.

Q 에코웨딩 기획자로서 대표님은 어떤 결혼식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직접 만든 드레스를 입기는 너무 우울할 거 같아요. 지금으로선 같이 일하는 스텝들이 해주지 않을까 살짝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구체적으로 떠올려 본 것은 없지만, 어느 한 사람 소외되지 않는 결혼식이 가장 좋은 결혼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상대나 가족들 의견도 중요하고요. 둘만 좋다고 파티형식의 결혼식을 한다면 가족들 중 누구 입 하나는 이만큼 나오게 돼 있거든요. 양쪽 어머니, 아버지 머릿속에도 각자가 떠올리는 결혼식이 있을 거고요. 결혼이란 게 어차피 소통과 조율의 시작이니 결혼식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혼 후에는 본격적인 소통과 조율이 시작될 테고요. 그러니 결혼할 상대가 나타나면 그때 가서 구체적인 조율을 해보려고요(웃음).

Q 대표님께서는 평상복을 직접 만들어 입으시는지, 또 가족 분들께도 만들어 주시는 편이신지 궁금합니다.

옷을 만들어 입은 건 대학교 2학년 때 끝냈어요. 해보니까, 사 입는 게 훨씬 저렴하더라고요(웃음). 아버지 양복은 만들어 드린 적이 있어요. 그밖에 친구들이니 지인들에게는 만들어주겠다고 치수만 재놓고 아직 못 만들어 준 사람도 많고요.

Q 국민대학교 학생들에게, 선배이자 멘토로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대학생의 특권을 누려라, 그리고 꿈에 ‘Why’를 붙여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대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되,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학점 관리는 알아서 잘하는 거고, 그밖에 해보고 싶고 배워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뭐든 해봤으면 해요. 나중에 해봐야지, 하고 미루다 보면 결국은 못하게 되더라고요.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너무 일찍부터 취업에만 목숨을 걸지 말라는 거예요. 요즘은 졸업유예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저는 대학생으로서 휴학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것 역시 대학생의 특권이니까. 취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해요.

물론 목표가 있다면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무작정 취업하고 공무원 되는 게 꿈일 수는 없는 거잖아요. 할 수 있는 한에서 대학생으로서 즐길 것, 누릴 것, 배울 것은 뭐든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 꿈에 20가지 이유를 적을 수 있는지, 그 꿈을 위한 부수적인 희생도 감수할 수 있는지도 따져 보고요. 저는 만일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그때 보다 더 많은 것을 해볼 거 같아요(웃음).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그린디자인 스튜디오3 시간강사 (2013.8~ 2013.12)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그린디자인 석사 (05학번)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의상디자인 학사 (99학번)
현 대지를 위한 바느질 대표

대지를 위한 바느질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에코웨딩, 에코 유니폼, 친환경 유아용품, 친환경 리빙제품 등을 만드는 친환경 의류기업으로, 옥수수, 한지, 쐐기풀 등 자연에서 뽑아낸 섬유로 표백 및 형광처리를 하지 않는 친환경 드레스를 만들고, 비목재 종이나 재생 종이에 콩기름 잉크로 찍어내는 청첩장, 뿌리를 자르지 않는 부케, 유기농 케이터링 및 공정여행 등 결혼식 전반에 걸친 모든 과정을 친환경으로 만드는 결혼식이다.

홈페이지 www.ecodress.net
전화 070.8840.8826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173-1
저서 잇츠마이웨딩(미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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